1997년에 창단한 주창회(충청권 여성작곡가들로 구성된 주제가 있는 창작음악회, 회장_채경화)는 특정한 주제를 선정하여 우리 사회의 공동의 문제를 음악과 함께 풀어가려는 열린 창작모임이다. 올해로 제 17회를 맞이하는 정기 공연은 타 장르와의 공동작업, 혹은 실험적인 음색의 결합을 통한 New Music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창작곡을 선보인다.
첫 순서는 ‘생각이 많은 시기이고..많이 생각해야 할 시기’라는 상념이 빚어낸 이종희 작곡가의 “념 III” 중 클라리넷 독주곡으로 문을 열고, 두 번 째와 세 번 째 순서는 김윤경교수(호서대 애니메이션학과)의 영상이 곁들여지는 스승(오이돈)과 제자 작곡가(한대섭)의 이색적인 무대로 꾸며진다. 스승의 “발레연습”이라는 표제가 붙은 7개의 피아노 소품에서 영감을 받은 제자의 작품이 동화 속 나라 ‘오즈’를 여행하는 주인공들의 기묘한 모험을 그려낸 “7 Words to Oz for piano”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보는 흥미로움이 예상된다. 채경화 작곡가의 “오카리나와 피아노를 위한 캐논” 역시 오카리나와 피아노가 서로의 음색을 공유할 때의 다양한 음색적 가능성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정호승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부쳐 시낭송이 있는 첼로독주곡을 작곡한 고태은의 작품에서는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서로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곡가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남진의 플롯, 해금, 피아노, 타악기를 위한 “질항아리’‘는 해금, 징과 같은 전통적인 소리에 질그릇을 문지르거나 유리잔을 두드려서 낼 수 있는 실험적 음색이 보태져 ‘물이며 또 불이었을 질항아리의 흙의 숨결’(박권숙 시, 질항아리)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주창회는 국제적 혹은 지역적인 교류를 위해 해마다 초대작곡가를 선정하여 초청작품을 발표해오고 있다. 올해는 이탈리아출신의 작곡가이자 오르간주자인 마르코 비딘(Marco Bidin)이 내한하여 전자 음향과, 오르간, 비디오를 위한 "Mutazioni"를 발표한다. 이 작품은 음악적 또는 물리적인 몸짓 속에서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추상적인 명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의 친구 Nataliya Gurevic이 영상을 제작하였고 2014년 6월 Stuttgart 음대에서 초연되었다. 오르간음향 및 기법에 해박한 작곡가 Bidin의 이번 작품의 국내 초연을 기대해 볼 만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