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합창 대제전 총평

11월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글/ 김규현(前 한국음악비평가협회회장, 작곡가)

 

한국 합창지휘자 협회가 이맘때가 되면 매년 여는 한국합창 대제전이 11월 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이번 2015 대제전을 몇 가지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음악만듦을 어떤식으로 어떻게 만들었느냐와 음악상품 가치로서의 완성도 유무 문제가 그것이다. 금년은 과거와는 달리 2시와 8시로 나누어서 하루에 열렸다. 시립합창단 9개팀, 사설2팀, 대학콘서트 콰이어 3개 밑 등 17개 합창단들이 참여해서 격전을 벌였다. 연주곡은 주로 Anthem류나 Motet양식의 단편적인 곡들이 연주됐다. 일부 몇몇 지휘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휘자들이 성악전공자라는 면에서 (일부 몇몇 합창단을 제외하고) 합창소리는 세계적이라고 할 정도로 최고 수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연주곡들도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선곡을 잘했다. 특히 연주곡들이 중복 연주없이 다양해서 좋아보였다. 출연 단체들을 지역적으로 안배도 잘했다. 단지 매년 출연하는 단골 단체(4개 단체)들이 여럿있어 식상했다. 국내에 많은 시립단체와 전문가급 수준의 사설단체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최측 입맛에 맞는 단체들을 출연시킨 것 같은 인상을 떨칠수가 없다. 다음 대제전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객관적인 판단하에 편견없이 더 좋은 합창단을 세웠으면 좋을성싶다.

 

미적(美的)발성이전에 구체적인 표현접근 필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출연 합창단들은 대체로 합창소리가 매우 우수했다. 곱고 맑고 깨끗하고 블렌드(blend)가 잘된 소리가 그것이다. 이 반면에 연주 즉 표현접근과 음악만들기가 인위적이고 생명력이 빈약해 보였다. 악보에 내재한 표현성을 소리로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연주와 해석이라고 할 때 지나친 인위적인 표현접근은 음악이 무미건조할 수 있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앙상블, 피치(인토네이션)나 음악적 균형 등은 우수한 편이었다. 대체로 공통적인 문제는 외국 text의 불투명한 발음이라든가 섬세하게 음악적으로 다듬기의 미흡 즉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점이다. 표현접근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아티큘레이션 문제도 정확하게 만든 단체들은 드물어 보였다. 음악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티큘레이션 처리 문제는 지휘자들이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지휘를 해 가야 될 것 같다. 참여 지휘자들의 바턴 테크닉 구사는 설득력있게 잘했으나 연주곡의 특성이나 흐름에 부합되는 즉 악보에 내재한 소리를 끌어내어 정확한 음악을 만드는 지휘는 미흡해 보였다. 그리고 일부 몇몇 지휘자들을 제외하고 많은 지휘자들이 가사 음률과 곡의 음악적 구조가 요구하고 있는 표현접근의 유연성(messa di voce 式)만들기 빈약도 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참여지휘자들의 의욕과 패기는 대단했고 살만했다. 필자가 과거에 대제전 총평에서 여러번 강조 했던 무반주 합창의 활성화가 이번 대제전에서 현실화 된 것을 볼수 있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고 높이 평가할만 했다. 오라토리오나 교성곡 등 관현악반주가 전제된 곡을 제외하고 합창연주는 무반주 합창연주가 제격이고 정석이라고 할수 있겠다. 대부분 지휘자들이 곱고 아름다우며 깨끗한 소리를 추구하고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볼수 있는데 음악미학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음악은 미적 표현접근만 가지고 가치부여를 할수 없는 일이다. 미국지휘자 도널드 뉴엔의 합창음악만들기의 세 가지 논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즉 미적 표현접근(beauty)과 생명력있는 표현접근(energy) 그리고 합창소리 만들기(placement)가 그것이다. 이 점을 이번 대제전에서 충족시켜준 지휘자는 일부에 몇몇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뉴엔의 논리가 연주와 해석논리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세가지 중에 제대로 안된 표현접근은 energy접근과 beauty접근의 미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뉴엔의 논리는 타당성이 많아 지휘자들이 참고했으면 좋을성 싶다.

 

외형적으로 보여주기보다 깊이있는 음악을 들려주라

기악연주보다 합창음악 해석은 가사(text)가 수반되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측면접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다보니 안무나 율동 그리고 연출까지 해서 다양한 연주형태를 낳게 된다. 이번 대제전에 많은 합창단들이 안무나 연출을 해서 연예인 같은 면모(entertaining)를 보여주었다. 청중들의 웃음을 끌어 낼수 있었으나 합창음악 예술의 진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제전(祭典)이라면 순수합창음악으로 합창미학의 진수를 보여주어야 한다. 문제는 안무나 연출을 동원해서 외형적인 면모를 보여준 단체들은 대체로 연주가 시원치 않았고 음악만듦의 허점을 많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전문지휘자라고 한다면 순수한 음악만으로 승부를 거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시립합창단의 경우 매일 서너시간씩 연습하면서 완성도 높은 완벽한 음악을 만들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은 지휘자의 무능력에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같이 합창단들의 쇼 문제는 지휘자들의 의식 유무에 따라서 달라진 것을 볼수 있었다. 참여 합창단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합창소리가 유사한 발성 접근을 하고 있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합창단의 특성(color)이 결여되어 보였다. 합창단만의 정체성이나 고유한 개성을 갖추고 있는 합창단은 별로 없었다. 미국의 로버트 쇼 합창단이나 로저 와그너 합창단, 영국의 몬테베르디 합창단(지휘 가디너) 그리고 독일의 게힝게르 칸토라이 슈투트가르트(지휘 릴링) 등과 같이 차별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제라도 전문 합창단이라고 한다면 각기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면모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유사한 소리로 획일화 되어가는 현상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상실하는 일이다. 협회 목적이 지휘자들의 질적 향상과 신진 지휘자 발굴과 양성 그리고 국제 교류라고 한다면 제전(祭典)은 그 목적에 부합되는 일을 해야 한다. 마지막 순서인 연합합창의 연주곡도 교육적인 측면접근이 필요하다. 제전의 문제부터 토론을 거쳐 풀어가야 제전이 발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번 2015 제전은 음악다듬기와 완성도가 좀 떨어져 보이긴 했으나 세계적인 최고 수준의 합창소리와 수준높은 연주를 잘 보여준 자랑할 만한 합창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