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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반성과 2018년의 책무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18-01-08 14:37

새해는 천박한 춤보다는 성숙한 연주 모습 필요

-2017년의 반성과 2018년의 책무-

 

/김규현(한국 음악비평가 협회 회장·작곡가)

 

2017년 한국음악계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세계 굴지의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내한 공연을 했는가 하면(베를린 필·모스코바 필 등), 젊은 연주자들은 세계 유수의 음악 콩쿠르를 휩쓸다시피 했다(선우예권 등).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을 완주하는 사건까지 있었다(피아니스트 백건우). 지방 악단으로서 인지도가 높아가고 있는 경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지휘 성시연)는 해외 초청 콘서트 투어까지 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국내도 이제 세계의 음악 국가들과 나란히 하는 문화 국가가 된 기분이 든다. 그 이면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훌륭한 교육기관이 바탕이 되었고 예술의 전당 등 전국의 훌륭한 전용 연주회장들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가 있었다. 금년은 세종문화회관(1978)창설 40주년이고 예술의 전당 창설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두 공연장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 음악계가 오늘날 같이 발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두 공연장은 나라가 음악계나 음악가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년 한해는 앞에서 언급한 사건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변한 것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예술의 전당의 교향악 축제이고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대형 축제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렇다보니 요즘 와서 연주회장이 청중들로 차고 넘치는 모습을 볼 때 음악 현장이 살아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대중음악 청중들이 클래식 음악 청중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향이나 KBS향 연주회는 표가 매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럴수록 음악계는 양적인 측면 접근보다는 질적인 측면에 좀 더 충실해야할 것이다. 연주회를 가보면 대부분 연주들이 외국의 유수한 지휘자들이나 연주자들의 연주방식이나 해석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감성적인 연주 해석보다 좀 더 이지적인 해석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주고 있다. 해석은 연주자들의 지적 능력에 때라서 다르겠지만 기존의 해석논리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논리를 구사해야 한다. 창작계는 연주자들의 연주력이나 고도화된 연주테크닉에 비해서 창작력과 작곡기법 구사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해 보였다. 그리고 창작곡들이 작곡가 자신들만의 정체성 있는 곡 쓰기를 하는 작곡가는 별로 없어보였다. 단지 이혜성·김진수·이영조 등은 자신들의 고유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돋보이기도 했다. 국립 오페라단이 매년 창작 오페라를 공모해 한국 창작 오페라 만들기 프로그램인 창작 오페라 팩토리(factory) 작업을 해 좋은 결과를 낳았는데 몇 년 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가져간 후 부터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매년 다섯 번씩 창작곡 발표를 하고 있는 한국작곡가협회(이사장 이복남)의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은 창작음악의 산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 제전은 한국 창작 음악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발표장이다. 작년에는 40여곡을 낳았다. 2017년 음악계는 최첨단의 글로벌화 되고 국제화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시대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는 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보였다. 무술년(戊戌年)인 금년은 음악가들이나 음악계가 할 일들이 많다. 첫째는 양()으로 만족하지 말고 질()을 우선했으면 하는 점이다. 연주력이 전제되지 않고 화려한 간판이나 직책으로 질 높은 음악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연주회가 변화 없이 고만고만하게 평준화되어 있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 페스티벌 앙상블이나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의 기획 프로그램은 창의성 있고 질도 상당히 높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필요한 점이다. 일부 몇 몇 단체들이 있기는 하나 확실한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못한 감이 든다. 바흐 전문가, 쇼팽 전문가, 현대 음악 연주 전문가 등이 그것이다. 현대 음악 앙상블 소리나 대구 모던 앙상블 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세 번째는 창작 음악의 세계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 일은 연주자나 지휘자들의 몫이다. 국내 외 연주회를 통해서 하면 된다. 고전 낭만의 명곡들도 잦은 연주를 통해서 세계화됐고 세계 음악사에 획을 그어온 것같이 연주계가 하면 될 것이다. 창작곡의 세계화는 연주자나 지휘자가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악단과 연주자들의 연주회도 창작곡 연주를 우선하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연주곡 혁신이나 변화를 해갔으면 하는 점이다. 매년 똑같은 곡을 연주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세계 보편화된 곡을 연주하는 것은 나무랄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 모차르트 등의 음악에서 벗어나 새로운 곡을 발굴하든지 근·현대곡도 연주해서 연주곡 변화를 주어야 한다. 금년은 세계 각국의 유수한 연주자들이 대거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음악계도 과거 구태의연한 연주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곡 발굴과 연주를 해가야 한다. 이것은 변화해가는 시대의 요구이다. 끝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기존의 해석논리를 탈피해서 자신의 해석 논리나 연주양식을 개발해 세계화 시키는 일이다. 카라얀 식 해석 방법이나 그렌굴드 식의 일반화된 해석 논리를 그대로 수용해 모방하는 것은 진정한 해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제는 자신만의 해석 논리나 방식을 개발해 음악을 만들어 가는 연주자들이 많이 나와야한다. 이럴 때 청중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청중들을 즐겁게 한다고 연주 도중에 천박한 춤을 추게 한다든가 코미디를 보여주는 것은 전문가들의 성숙한 모습이 아니다. 연주는 질()로 말해줄 때 감동을 줄 수 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에는 음악계나 음악가들의 성숙한 연주 모습을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