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 합창지휘자들의 해석법 탐구 ㉔
- 합창지휘자 노기환 편 -
대담/ 김규현(본지주필,
前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노기환 지휘자 프로필
추계예술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합창지휘 전공 석사 및 박사 졸업
시흥시립여성합창단, 서초바우뫼합창단, 늘푸른여성합창단 지휘자 역임
추계예술대 겸임교수 및 단국대, 그리스도신대, 평택대 강사 역임
오스트리아 비엔나 슈베르트 국제합창대회 그랑프리, 이탈리아 리바 델 가르다 국제합창대회 그랑프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합창대회 금메달, 일본 다카라츠카 국제 실내합창콩쿨 1위 등 국제합창대회 20차례 수상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2회 대통령상 등 국내합창대회 40차례 수상
현 순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Jubilus Choir 지휘자
늘푸른예술원 음악감독
평택대학교 대학원 합창 외래교수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 경기합창연합회 고문
남대문교회 호산나 찬양대 지휘자
1. 먼저 합창 지휘를 하게 된 동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휘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 고등학생 시절, 저에게 본 예배 찬양대를 지휘하라는 목사님의 권유로 뜻하지 않게 지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자연스레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음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죠.
지휘의 어려움이라 함은 음악적인 것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합창단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지휘자와 단원들의 마음이 한 뜻이 되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악기 연주자들이 본인의 악기에 많은 정성을 들여 관리하듯이 지휘자의 악기는 합창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원들과 지휘자가 같은 생각을 갖도록 인내하며 사람의 마음을 지휘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2. 다양한 형태의 합창단(어린이, 여성, 혼성, 전문 등)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그에 맞는 선곡도 차별성 있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합창단 형태나 연주회 성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선곡의 노하우를 듣고 싶습니다.
- 대개의 지휘자들이 그러하듯이 선곡을 할 때는 노래 할 합창단의 성격, 수준, 인원, 연령 등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연주의 성격, 연주 장소의 규모와 음향, 관객의 부류를 생각하고, 시기적으로 어울리는 곡인지도 고려합니다.
우선 어린이합창단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소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밝고 경쾌한 곡,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줌과 동시에 음악적 성장을 가져 올 수 있는 곡을 고릅니다. 또 곡 전체의 음역이 발성적으로 매끄럽게 해결 될 수 있는 곡인가, 성인에 비해 비교적 호흡이 짧은 아이들이 부르기에 적당한 프레이즈를 갖고 있는 곡인가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여성합창단은 아름다움과 섬세함, 우아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을 위주로 선곡합니다.
전문합창단은 가장 다양한 선곡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여 성악적인 발성을 필요로 하는 깊이 있는 음악부터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음악까지 고르게 분배합니다. 거기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다양하게 서비스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선곡합니다.
3. 연주회를 갖기 전에 선곡한 작품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그 과정과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어떠한 시대에 작곡 되어졌는지에 따라 연주 방법이 매우 달라지므로 작곡자에 대한 공부를 선행합니다. 그리고 작곡 배경, 곡의 구조와 형식을 파악하여 작곡자의 의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기본적으로 선율과 리듬을 파악하고 또한 화성분석을 통하여 색채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이며, 곡의 내용을 연구하여 가사와 음악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프레이즈와 딕션을 체크 합니다. 그 다음은 짧은 시간에 단원들에게 곡에 대해 이해시키고 안내하기 위하여 파트별로 노래를 많이 불러보고 피아노도 쳐보면서 리허설 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의 흐름을 위해 적당한 템포를 선정하고 반주와 합창의 어울림, 곡의 클라이막스등을 설정합니다.
4. 합창곡은 다양한 음악적 구조(texture)와 가사(text)로 구성되어 있어 음악을 만들기에 수월하지 않습니다. 대위법적인 구조(texture)는 파트간에 서로 다른 서로 다른 가사로 되어 있을 때 내용을 전달하기에 수월하지 않습니다. 이점을 어떻게 해결 하십니까?
- 합창음악(성악)에서 가사 전달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하지만 클래식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 비해 가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대위법적인 음악에서는 한 성부가 주제를 노래하는 동안 다른 성부에서는 다른 리듬, 다른 선율, 다른 가사로 노래하는 경우 때문에 더욱 가사전달이 어렵습니다. 보통 합창단원들은 어느 파트가 주제인지 의식하지 않고 노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어느 부분에서 드러나게 노래해야 되고 어느 부분에서 조화롭게 노래해야 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우선 각 성부에서 나오는 주제만 노래하게 해서 주제를 인식시켜 주고, 주제가 아닌 부분보다 크게 노래하게 합니다. 그 다음 주제가 아닌 부분만 불러보게 하여 다른 성부에서 부르는 주제를 인식하며 작은 소리로 부르도록 유도합니다. 가사 역시 주제가 아닌 부분은 선명하지 않게, 주제인 부분은 선명하고 투명하게 들리도록 하죠.
5. 이번에는 Rehearsal technique을 듣고 싶습니다. 곡 연습 전에 발성연습은 어떤 것을 어떻게 하며 곡 연습 시 비중을 두고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 그 날 연습할 곡에 따라 발성을 방법을 달리하는 편입니다. 크게 레가토 스타일의 곡과 논 레가토의 스타일의 곡으로 나누어서요. 이 때 소리를 모으고 pitch를 맞추는 데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며, 이와 더불어 3화음을 쌓는 연습을 합니다. 제가 곡 연습 시 강조하는 부분은 소리인데요,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연습할 때는 소리를 다듬는 데에 주력합니다. 아마추어 합창단은 소리의 훈련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다듬어 하나의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반면 전문 합창단은 통일 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각자의 소리를 모아 한 덩어리로 만들어 내는 것에 많은 공을 들여 연습합니다.
6. 해석은 작품양식과 특성 그리고 시대적인 연주 양식접근이 필요한데 해석의 원칙이나 주안점을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해석을 주관적으로 하는지 객관적으로 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 곡을 해석할 때 악보, 작곡자, 시대가 원하는 걸 담아내는 게 99%를 차지하며 지휘자의 권한은 마지막 1%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곡 해석의 답은 바로 악보 안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은 작곡자의 의도와 그 시대가 원하는 음악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제 방식의 해석보다는 작곡가가 의도하는 바와 그 시대의 음악적인 특징을 잘 캐치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7. 시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많은 악보들이 Tempo, dynamic, expression 호들이 표시가 되지 않은 것도 있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기호가 없을 경우 어떤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서 해석하는지 그리고 있을 경우에는 그 지시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 악보에 아무런 요구가 없을 때 난감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저는 음악이 있고 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가 있고 음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은 시상을 가지고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 시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기쁨을 담고 있는지, 슬픔을 담고 있는지, 아니면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에 템포, 다이내믹, 아티큘레이션, 프레이즈, 톤칼라 등을 정합니다. 그리고 많은 기호가 있을 때 되도록이면 작곡가의 생각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간혹 작곡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때는 작곡가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합창단원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 악보에 표기된 것과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제 생각대로 연주하는 편입니다.
8. 연습한 곡이 어떤 상태일 때 무대에 올리는지 그리고 가장 최고의 음악은 어떻게 해석한 것이고 연주 된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그 예를 말한다면 어떤 합창단들을 들 수 있을까요?
- 지휘자들은 음악을 만들 때 우선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음정, 리듬, 템포, 다이나믹, 프레이즈, 아티큘레이션은 물론 밸런스, 블랜딩 등을 이루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것이 충족 되어졌을 때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그러나 거기에 감동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좀 투박하고 음악적으로 부족해 감탄은 없지만 감동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경험한 일입니다. 어느 교회 찬양대가 성금요일을 위한 교회음악 연주회를 하는데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지금도 제 마음에 살아있는 듯합니다. 감탄은 있지만 감동이 없는 음악은 죽은 음악일 것입니다. 감탄에 감동이 더해진 음악 이것이 최고의 연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9.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십니까? 해석에 앞서 기존 CD , DVD 등을 어떻게 활용하며 참고 하십니까?
- 늘 연구하고 연습하고 연주해야하는 지휘자라는 위치에 있어서인지 오히려 음악을 자주 듣지는 못합니다. 선곡을 하는 과정에서만 유튜브 등의 웹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위기의 곡인지 한두 번 정도 들어보고, 지휘자별로 템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정도를 참고합니다. 처음부터 CD, DVD 등을 듣게 되면 연주되어진 그 음악에 갇히게 되죠. 그래서 저는 악보에 충실해서 나름대로 곡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연습이 마무리 된 이후에 여러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면서 참고 하는 편입니다.
10. 합창지휘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가(지휘자 , 연주자 등)는 누구인지 듣고 싶습니다.
- 글쎄요... 합창 지휘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고교시절 학교 합창단에 들어갔는데 화음에 매료되었고 그것이 좋았고 남아서 합창 연습하는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합창에서 눈을 돌려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나의 삶이 된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고 스승이신 김명엽 교수님으로부터 합창의 테크닉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특히 그분은 교회 음악의 정신을 일깨워 주셨죠. 그리고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이동훈 교수님으로부터 지휘 테크닉은 물론 음악을 분석하는 법등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죠. 또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이상길 선생님이 지휘하던 수원시립합창단에 들어가 10여년 간 단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다양한 합창음악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名 합창지휘자들의 해석법 탐구 ㉔
- 합창지휘자 노기환 편 -
대담/ 김규현(본지주필,
前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노기환 지휘자 프로필
추계예술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합창지휘 전공 석사 및 박사 졸업
시흥시립여성합창단, 서초바우뫼합창단, 늘푸른여성합창단 지휘자 역임
추계예술대 겸임교수 및 단국대, 그리스도신대, 평택대 강사 역임
오스트리아 비엔나 슈베르트 국제합창대회 그랑프리, 이탈리아 리바 델 가르다 국제합창대회 그랑프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합창대회 금메달, 일본 다카라츠카 국제 실내합창콩쿨 1위 등 국제합창대회 20차례 수상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2회 대통령상 등 국내합창대회 40차례 수상
현 순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Jubilus Choir 지휘자
늘푸른예술원 음악감독
평택대학교 대학원 합창 외래교수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 경기합창연합회 고문
남대문교회 호산나 찬양대 지휘자
1. 먼저 합창 지휘를 하게 된 동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휘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 고등학생 시절, 저에게 본 예배 찬양대를 지휘하라는 목사님의 권유로 뜻하지 않게 지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자연스레 성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음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죠.
지휘의 어려움이라 함은 음악적인 것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합창단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지휘자와 단원들의 마음이 한 뜻이 되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악기 연주자들이 본인의 악기에 많은 정성을 들여 관리하듯이 지휘자의 악기는 합창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원들과 지휘자가 같은 생각을 갖도록 인내하며 사람의 마음을 지휘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2. 다양한 형태의 합창단(어린이, 여성, 혼성, 전문 등)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그에 맞는 선곡도 차별성 있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합창단 형태나 연주회 성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선곡의 노하우를 듣고 싶습니다.
- 대개의 지휘자들이 그러하듯이 선곡을 할 때는 노래 할 합창단의 성격, 수준, 인원, 연령 등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연주의 성격, 연주 장소의 규모와 음향, 관객의 부류를 생각하고, 시기적으로 어울리는 곡인지도 고려합니다.
우선 어린이합창단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소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밝고 경쾌한 곡,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줌과 동시에 음악적 성장을 가져 올 수 있는 곡을 고릅니다. 또 곡 전체의 음역이 발성적으로 매끄럽게 해결 될 수 있는 곡인가, 성인에 비해 비교적 호흡이 짧은 아이들이 부르기에 적당한 프레이즈를 갖고 있는 곡인가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여성합창단은 아름다움과 섬세함, 우아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을 위주로 선곡합니다.
전문합창단은 가장 다양한 선곡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여 성악적인 발성을 필요로 하는 깊이 있는 음악부터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음악까지 고르게 분배합니다. 거기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다양하게 서비스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선곡합니다.
3. 연주회를 갖기 전에 선곡한 작품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그 과정과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어떠한 시대에 작곡 되어졌는지에 따라 연주 방법이 매우 달라지므로 작곡자에 대한 공부를 선행합니다. 그리고 작곡 배경, 곡의 구조와 형식을 파악하여 작곡자의 의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기본적으로 선율과 리듬을 파악하고 또한 화성분석을 통하여 색채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이며, 곡의 내용을 연구하여 가사와 음악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프레이즈와 딕션을 체크 합니다. 그 다음은 짧은 시간에 단원들에게 곡에 대해 이해시키고 안내하기 위하여 파트별로 노래를 많이 불러보고 피아노도 쳐보면서 리허설 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우선순위를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의 흐름을 위해 적당한 템포를 선정하고 반주와 합창의 어울림, 곡의 클라이막스등을 설정합니다.
4. 합창곡은 다양한 음악적 구조(texture)와 가사(text)로 구성되어 있어 음악을 만들기에 수월하지 않습니다. 대위법적인 구조(texture)는 파트간에 서로 다른 서로 다른 가사로 되어 있을 때 내용을 전달하기에 수월하지 않습니다. 이점을 어떻게 해결 하십니까?
- 합창음악(성악)에서 가사 전달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하지만 클래식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 비해 가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대위법적인 음악에서는 한 성부가 주제를 노래하는 동안 다른 성부에서는 다른 리듬, 다른 선율, 다른 가사로 노래하는 경우 때문에 더욱 가사전달이 어렵습니다. 보통 합창단원들은 어느 파트가 주제인지 의식하지 않고 노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어느 부분에서 드러나게 노래해야 되고 어느 부분에서 조화롭게 노래해야 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우선 각 성부에서 나오는 주제만 노래하게 해서 주제를 인식시켜 주고, 주제가 아닌 부분보다 크게 노래하게 합니다. 그 다음 주제가 아닌 부분만 불러보게 하여 다른 성부에서 부르는 주제를 인식하며 작은 소리로 부르도록 유도합니다. 가사 역시 주제가 아닌 부분은 선명하지 않게, 주제인 부분은 선명하고 투명하게 들리도록 하죠.
5. 이번에는 Rehearsal technique을 듣고 싶습니다. 곡 연습 전에 발성연습은 어떤 것을 어떻게 하며 곡 연습 시 비중을 두고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 그 날 연습할 곡에 따라 발성을 방법을 달리하는 편입니다. 크게 레가토 스타일의 곡과 논 레가토의 스타일의 곡으로 나누어서요. 이 때 소리를 모으고 pitch를 맞추는 데에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며, 이와 더불어 3화음을 쌓는 연습을 합니다. 제가 곡 연습 시 강조하는 부분은 소리인데요,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연습할 때는 소리를 다듬는 데에 주력합니다. 아마추어 합창단은 소리의 훈련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다듬어 하나의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반면 전문 합창단은 통일 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각자의 소리를 모아 한 덩어리로 만들어 내는 것에 많은 공을 들여 연습합니다.
6. 해석은 작품양식과 특성 그리고 시대적인 연주 양식접근이 필요한데 해석의 원칙이나 주안점을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해석을 주관적으로 하는지 객관적으로 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 곡을 해석할 때 악보, 작곡자, 시대가 원하는 걸 담아내는 게 99%를 차지하며 지휘자의 권한은 마지막 1%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곡 해석의 답은 바로 악보 안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은 작곡자의 의도와 그 시대가 원하는 음악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제 방식의 해석보다는 작곡가가 의도하는 바와 그 시대의 음악적인 특징을 잘 캐치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7. 시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많은 악보들이 Tempo, dynamic, expression 호들이 표시가 되지 않은 것도 있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기호가 없을 경우 어떤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서 해석하는지 그리고 있을 경우에는 그 지시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 악보에 아무런 요구가 없을 때 난감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저는 음악이 있고 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가 있고 음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은 시상을 가지고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선 시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기쁨을 담고 있는지, 슬픔을 담고 있는지, 아니면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에 템포, 다이내믹, 아티큘레이션, 프레이즈, 톤칼라 등을 정합니다. 그리고 많은 기호가 있을 때 되도록이면 작곡가의 생각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간혹 작곡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때는 작곡가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합창단원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 악보에 표기된 것과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제 생각대로 연주하는 편입니다.
8. 연습한 곡이 어떤 상태일 때 무대에 올리는지 그리고 가장 최고의 음악은 어떻게 해석한 것이고 연주 된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그 예를 말한다면 어떤 합창단들을 들 수 있을까요?
- 지휘자들은 음악을 만들 때 우선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음정, 리듬, 템포, 다이나믹, 프레이즈, 아티큘레이션은 물론 밸런스, 블랜딩 등을 이루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것이 충족 되어졌을 때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그러나 거기에 감동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좀 투박하고 음악적으로 부족해 감탄은 없지만 감동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경험한 일입니다. 어느 교회 찬양대가 성금요일을 위한 교회음악 연주회를 하는데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지금도 제 마음에 살아있는 듯합니다. 감탄은 있지만 감동이 없는 음악은 죽은 음악일 것입니다. 감탄에 감동이 더해진 음악 이것이 최고의 연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9.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십니까? 해석에 앞서 기존 CD , DVD 등을 어떻게 활용하며 참고 하십니까?
- 늘 연구하고 연습하고 연주해야하는 지휘자라는 위치에 있어서인지 오히려 음악을 자주 듣지는 못합니다. 선곡을 하는 과정에서만 유튜브 등의 웹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위기의 곡인지 한두 번 정도 들어보고, 지휘자별로 템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정도를 참고합니다. 처음부터 CD, DVD 등을 듣게 되면 연주되어진 그 음악에 갇히게 되죠. 그래서 저는 악보에 충실해서 나름대로 곡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연습이 마무리 된 이후에 여러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면서 참고 하는 편입니다.
10. 합창지휘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가(지휘자 , 연주자 등)는 누구인지 듣고 싶습니다.
- 글쎄요... 합창 지휘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고교시절 학교 합창단에 들어갔는데 화음에 매료되었고 그것이 좋았고 남아서 합창 연습하는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합창에서 눈을 돌려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나의 삶이 된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고 스승이신 김명엽 교수님으로부터 합창의 테크닉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특히 그분은 교회 음악의 정신을 일깨워 주셨죠. 그리고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이동훈 교수님으로부터 지휘 테크닉은 물론 음악을 분석하는 법등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죠. 또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이상길 선생님이 지휘하던 수원시립합창단에 들어가 10여년 간 단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다양한 합창음악을 배우고 익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