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실력 있는 지휘자가 필요한 국립합창단

-문광부 사람들에게 말함-

글/김규현 (본지주필, 작곡가, 총회신대원 교수, 前 한국음악평론가협회장)

 

국립합창단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제문제

몇 달 후이면 현 지휘자 임기가 끝난다. 앞으로 영입할 국립합창단(이하 국립)의 새로운 지휘자는 실력 있는 최고의 지휘자를 세워야 한다. 그동안 많은 지휘자들을 세웠으나 뚜렷한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단 41년 역사를 갖고 있는 국립은 이제라도 변화해야 한다. 최고의 합창단으로 우뚝 서서 우리나라(國立) 합창단으로서 성숙된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요즘 국립을 보면 작년 객원지휘자(빈프리톨: 대전시립합창단 지휘자)를 세워 최고로 우수한 「메시아」 연주회를 한 것을 제외하고 연주회들이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 연주회의 미완성은 물론 불필요한 행사를 많이 벌린다든가 서툰 젊은 지휘자들을 세워서 데뷔음악회나 하고 국내 젊은 작곡가들의 창작곡 발표회 등도 마찬가지로 실망이 많다. 국립으로서 해야 될 큰일들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작은 일에 집착하는 것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은 국립(대한민국 합창단)다워야 그 존재가치가 있다. 시립도 안하는 불필요한 잡일들을 전문합창단이 벌이고 있는 것은 진정한 국립의 모습은 아니다. 창단 연주회(1973년)때부터 오늘날까지 국립을 지켜본 결과를 평가한다면 국립은 국립자체의 음악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는 지휘자의 지휘력과 음악적 능력이 결여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상임과 객원지휘자들이 거쳐 갔지만 최고의 연주회는 외국 객원지휘자들이 지휘했던 정기연주회 몇 개에 불과했다. 국내지휘자들이 지휘했던 정기연주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전문합창단들이 전무했던 7, 80년대에는 국립은 최고의 합창단으로서 구가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녹음된 CD나 테이프를 작금에 다시 들어보면 의외로 별거 아닌데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가를 생각케 한다. 녹음했던 당사자들은 지금의 합창음악과 비교한다면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보이고 미적가치가 결여되어 있어 남들이 안 들었으면 할 것 같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의 합창음악 수준이 오늘날 수준에 비해서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인지할 수 있고 합창계나 지휘자들의 수준도 감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작금의 국립은 최고의 합창단을 추구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볼 수가 있으나 지휘했던 지휘자들이 이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 보여주지는 못했다.

 

국립의 환골탈태와 공정한 지휘자 선정의 필요성

이렇다보니 오늘날 국립의 연주회들은 작년 빈프리톨이 객원 지휘한 「메시아」 연주회나 일부 외국 지휘자들의 객원 지휘한 정기연주회를 제외하고 감동이 없고 청중들이 국립의 연주회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 같다. 심지어 청중들이나 여론이 국립의 존재가치마저 의심하고 있는 것이 작금이다. 이래서 국립은 환골탈태(換骨奪胎) 해야 한다. 이번 새로운 지휘자를 세우면서 국립 사람들과 문광부 사람들은 서울시향마냥 대대적인 의식 전환과 자체 운영개혁을 통해서 최고의 합창단이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8년 전의 서울시향은 오늘날 같이 세계적인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위상정립을 실력 있는 지휘자를 영입하고 만들어 간 것이다. 국립은 이제도 과거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고 서울시향마냥 새롭게 태어나야 진정한 국립으로서 그 존재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지휘자 영입이 급선무다. 최고의 지휘자는 음악적 실력(능력)과 인격 그리고 리더쉽(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전직 원로 합창지휘자의 말을 듣고 그의 측근만을 추천 받아서 아무 검증도 없이 세우는 불공정한 행태를 문광부가 또 저지르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립이 국립답지 못하게 만든 원흉(元兇)은 문광부 사람들이 아닌가. 이제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고 글로벌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변화된 정부에 과거 원로 합창지휘자들(국립의 전직 지휘자)의 말만 듣고 지휘자를 결정하는 후진국적인 수준의 무지한 문광부 사람들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얼마든지 가능성이 많은데도 제한된 사람한테 문광부가 손을 내미는 것은 대한민국의 한 부서인 문광부가 할 짓은 아니다. 그리고 국립지휘자를 임명할 때도 결코 정치권의 입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공정한 선정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민주주의시대이고 공정한 사회가 생활화 돼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지휘자 선정과 임명은 치밀한 검증과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하게 해야 한다. 밀실선정이나 낙하산식 임명이 아닌 공개적인 투명한 선정을 해야 정상이다. 문광부 소속의 국립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립의 정체성 수립과 최고의 합창단 만들기를 위해서 최고의 지휘자를 세우라

오늘날 잘나간다는 국내의 전문 합창지휘자들을 엄밀히 분석해서 평가해보면 국립을 국립답게 제대로 이끌어 갈 지휘력을 가진 지휘자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41년간) 국립을 거쳐 간 지휘자들을 평가해보아도 일부 외국지휘자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 대안은 필자가 2009년 국립지휘자 심의를 할 때 문광부 관계자들에게 제안했듯이 일단 외국의 능력(실력) 있는 지휘자를 세우는 일이 제일 좋을 성 싶다. 그때 심사 당시 문광부 관계자가 예산문제를 언급했지만 대전시립합창단 같이 운영묘미를 살려간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가 있다. 대전시립합창단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세운다면 미국보다 구라파쪽(독일) 지휘자가 더 논리적이고 아카데믹해서 더 좋을 성 싶다. 시향(대구, 부산)과 KBS향도 외국 지휘자를 세우고 있고 국내의 많은 오케스트라의 단원들도 외국 연주자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듯이 글로벌 시대에 국내지휘자만을 고집하는 것은 편견이고 버릴 때가 됐다. 글로벌시대에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사고는 발전을 가로막을 수가 있다. 외국 지휘자를 세워서 국내의 최고의 합창단으로 부상한 대전시립합창단 마냥 국립도 외국 지휘자 영입을 생각할 때가 이제는 됐다. 국립은 대한민국의 대표성을 가진 합창 예술의 무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무궁화를 들판에 물이나 주기적으로 주기만 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치해 놓는 것은 문광부 사람들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 이번 국립지휘자를 세우는 일은 신중에 신중해야 한다. 혹시 문광부가 국내에서 잘나가고 유명세 있다고 해서 시립지휘자들 중에서 검증과 생각 없이 또다시 원로 합창지휘자들의 말만 듣고 세우는 일은 결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문광부가 유명세와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믿고 능력이 제대로 안된 지휘자를 세운다면 많은 여론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립은 그야말로 준비된 전문합창단이기 때문에 최고의 전문 지휘자를 세운다면 제대로 된 국립이 될 수가 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국내지휘자를 세울 수밖에 없다면 철저한 검증과 실기채점(audition) 그리고 많은 합창전문가(전문 합창지휘자, 평론가, 합창단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 원로들의 추천이나 서류심사 그리고 면접만 가지고는 최고의 지휘자를 선정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국립은 우리나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합창단이기 때문에 문광부가 최고의 지휘자를 세워 최고의 합창단이 되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국내지휘자들을 세워가지고는 국립다운 국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그 대안은 외국지휘자를 영입해 세우는 일이다. 우리나라 지휘자들만을 세워야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글로벌화 된 시대에 맞게 최고의 지휘자를 세워서 세계적인 합창단을 만들어가야 한다. 대전시도 하고 있는데 정부의 최고 기관인 문광부가 못해서야 되겠는가. 이제라도 세계적인 국내 최고의 합창단을 만드는 일을 문광부 사람들이 열일 제쳐놓고 해야 한다. 41년사의 국립을 저렇게 정체된 상태로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광부 사람들이 이제라도 국립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중요성을 자각하고 최고의 실력 있는 지휘자를 세워 국립 명칭 그대로 정확한 정체성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립의 정체성 수립은 최고의 지휘자에 의해서만이 할 수 있다. 이래서 국립은 더욱더 최고의 실력 있는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다.